일산차에서 진료를 받다가 오늘 처음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기는 날이다.
갑상선암 폐전이를 확인하고 또 동위원소 치료 후에도 딱히 TG (갑상선 글루블린) 수치도 내려가지 않고
더욱이 CT 상에는 반짝이는 뭔가 있었다. 요오드 불응성? 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다행히 일산차에서 진료협진으로 어렵지 않게 세브란스로 전원을 하게 되어 기쁜지 슬픈지 모르는 감정을 가지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수서역에 도착하였다.
수서역에서는 셔틀버스가 있었지만 차음이라 또 시간이 얼마 걸리지 가늠하기 어렵고, 비도 오고 해서 택시를 탔다.
모든 것이 낯선 길. 입구가 어디인지? 접수는? 진료의뢰서랑 CD등록은?
한국말로 물어물어 등록하고 접수하고 갑상선암 센터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피검사랑 CT 검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안내에 아침부터 굶고 달려온 터라 허기지지만 긴장감으로 정신이 없었다.
잠시 얼굴만 간단히 뵙고 기존 자료를 전해드리고 현재까지 진행 결과를 브리핑하고 역시나 피검사, 폐활량검사, CT검사를 하고 오후에 다시 교수님을 뵙기로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역시 피검사는 한국이 최고다. 느낌 없이 살짝 찔러주는 짜릿함. 난 두려워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려 있지만
피검사 후 CT 검사 접수를 하러 갔지만 당일접수라 순서가 제일 마지막으로 정해졌다.
계속 굶어야 한다. ㅠㅠ
그리고 폐활량검사. 폐로 전이된 암세표로 인한 기능이상이 있는지에 대한 검사이다.
있는 힘껏 숨을 불어 내고 나니 어질어질하다.
두어 번 숨을 더 불어내고 검사가 끝났다.
허기짐이 더 밀려왔다. CT검사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ㅠㅠ
기다리는 동안 앞으로 계속 다녀야 할 병원일 지도 몰라 이곳저곳 탐방을 하면서 둘러보았다.
첫 느낌!
참 많다.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특히 갑상선암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많다.
CT 검사는 긴 듯 짧은 듯 긴장감으로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무사히 검사를 진행하고 다시 진료실 앞으로
갈 곳도 없고 그냥 앞에서 기다렸다
앞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내 머릿속에 그동안 치료과정도 지나가고
또 교수님께 무엇을 물어봐야 하나 앞으로 내 진료일정은 어떻게 되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다시 김석모 교수님 진료실로 들어갔다
CT 영상을 보고 아무 말씀 없는 교수님. 무표정
저 어떤가요? 사이즈 커졌나요? 더 많은 곳으로 전이되었나요?
참을 수 없어 질문을 던졌다.
"캐나다에 계서도 성격은 한국사람처럼 변하긴 힘들죠! 천천히 한번 봅시다"
ㅋㅋ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이다 급하다 빨리 결과를 듣고 싶은 맘이다.
결과는 사이즈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TG 수치는 그전보다 조금 더 올랐다.
아직 렌비마로 치료할 단계는 아닌 듯하다는 의견과 추가 동위원소 치료는 부작용 우려로 진행하지 말자는 의견.
그냥 이렇게 나대지 말고 현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다.
이제 암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수밖에 없다.
다시 6개월뒤에 PET-CT를 찍어보기로 하고 신지록신 처방을 받고 나왔다.
일산차에서 강남세브란스로 옮긴 6개월 동안 사이즈변화 없이 약간의 TG상승이 있었지만 잘했어라고 위안을 주니 허기짐이 몰려왔다. 나의 위장이 배고픈 건지 나의 암세포가 배고픈 건지 괘씸하다.
그냥 저녁까지 굶으며 터벅터벅 비 오는 거리를 한동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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