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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살기/갑상선치료일기

동위원소 치료 후 일반병실에서

by 쪽빛색 2021. 12. 5.


차폐실에서 빠져나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갔다.
일산 차병원에서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동위원소 치료를 위해 입원한 후
일반병실에서 머물며 지낼 수 있도록 배려 해 준다


덕분에 나는 일반병실로 옮긴 후 아무 걱정없이 지낼 수 있어 무척 다행으로 생각한다.
덤으로 오후에 김법우 교수님을 매일 뵐 수 있고
가끔 박정수교수님,김희준 교수님을 보너스로 뵐 수 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이지만 병원에서 24시간은 엄청나게 길다.
특히 일요일 오전의 병원은 그 어느 날 보다도 조용하고 무료하다.


여느 때 같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뭔가를 해야만 했다.
지나는 시간이 아까워서 곤히 자는 와이프를 깨워서 늘 계획을 얘기하고 빨리빨리 재촉했을 때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여유를 즐기고 싶다
하필 병원에서 이럴 이유가

유튜브 음악을 재생하면서 자리를 정돈하고 세면을 하는 동안
간호사분의 래방에 오전 약 받고 피검사를 마친 후 식사 준비를 한다.


속이 울렁거린다는 핑계로 1층에서 빵과 커피를 가져다 세팅하고
넷플렉스 드라마를 재생하면서 천천히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창밖에 따스한 햇살이 병상 침대에 비칠 때 비로소 내가 환자인 것을 인지한다.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주로 넷플렉스에서 드라마를 많이 봤다.
여느 때 같으면 보지도 않을 분야 드라마를 보면서 감성적이고 되돌아보면서 후회를 많이 한다.

이번에는 캐나다 울 동네 이야기 빨간머리 앤을 보고 있다.
때마침 오늘 오전에 앤이 하는 말

 

“정말 멋진 날이야! 이런 날에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살아있다는 건 참 멋진 것 같아

아침은 어떤 아침이든 즐겁거든

오늘은 무슨일이 일어날지 생각하고 기대하는 상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거든”

 

맞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난 내가 갑상선암을 가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만약에 더 지독한 암이었더라면
만약에 이 병이 와이프나 자녀가 걸렸더라면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마 무심한 말투와 송곳처럼 날까로운 언행이 분명히 상대를 아프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계획이 어긋난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고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앤이 이 말을 꼭 나에게 들려주기 위해 하는 말 같다.

난 이번 일로 인해 주변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고
무엇을 거르고 무엇을 취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생각하게 되었고
또 무엇보다도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인터넷 뉴스 한 구절. 퓨리서치센터에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나라는(14개국) 가족과 아이들을 선택한 반면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1위로 꼽았다.

극도의 경쟁사회의 결과이면서 줄 세우기 문화의 산물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이 결과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결국 ‘병’을 얻고 나서야 치유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앤이 하는 말 중에 그래도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때때로 인생은 가장 어두운 곳에 선물을 숨겨놔요

Sometimes life hides gifts in the darkest of places.

 

아프지 말자.

소중한 것이 정말 가까이 있다는 걸 알려 주고픈

그리고 앤처럼 긍정적으로 사랑하며 살고 싶은 프로그

 

마지막으로

일반병실에서의 치유 효과도 상당히 좋다는 임상결과를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