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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살기/갑상선치료일기

동위원소 슬기로운 차폐실에서 격리생활

by 쪽빛색 2021. 11. 24.

드디어 방사성 요오드 치료 날이 다가왔다.

병원에 도착해서 먼저 소변검사와 피검사를 하고 입원 수속을 마쳤다.

 

이번에는 9층 차폐실에서 3박 4일 일반병실에서 4박 5일 일정이다.

차폐실에 들어서는 순간 긴장감 두둥

 

동위원소 준비물을 잘 챙겨 놓고 모든 전투준비를 마쳤다

주력 무기로 500ml 물 20병, 포카리 1.8L, 사이다 1.8L, 푸룬주스 3병

보조 무기로 신맛 사탕, 젤리 3종, 껌

비밀 무기로 풋고추, 볶음김치

지원 무기로 귤, 사과를 준비했다.

 

핵의학과 선생님과 예행연습 후 4시경 200 큐리의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나만 남겨 놓고 뒤도 안 돌아보고 생하고 사라졌다.

 

 

우린 차폐실에서 방사성 요오드로 잔존 갑상선암세포와 싸워 이겨야 하고

또 사용하지않은 방사성 요오드를 빨리 몸 밖으로 배출시켜 또 다른 부작용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정상적인 사람 즉 갑상선이 있는 경우 방사성 요오드의 유효 반감기는 7.2일 즉 4 반감기  28.8일이 지나야 안전해진다.

그러나 갑상선이 없는 우리 같은 비정상인은 우리 몸에 머무를 갑상선이 없는 관계로 반감기가 0.74일이다

그래서 4반감기면 2.96일이 지나면 우리 몸에는 거의 사라진다고 본다.

즉 약을 먹고 3일이 지나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 방사성 요오드 옥소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물질이다

이 베타선은 한자리에 머무르면 직경 2-3mm의 조직을 파괴하는 물질이지만 비정이 짧아 긴 거리를 가지 못한다 

즉 우리몸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린 왜 걱정을 할까? 

이 베타선이 우리 몸과 부딪혀 감마선으로 바뀌게 되고 이 감마선은 비정이 길어 우리 몸에서 방출되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격리의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베타선으로 주위 조직에 영향 없이 갑상선암세포를 죽이는 데 사용하지만 가끔 우리의 체액(대소변, 땀, 침)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우리가 주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직접 영향을 끼치는 베타선을 내는 체액을 조심해야 한다.

 

화장실을 같이 사용했다고 피폭을 당하는 수준인가? 그것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 이용 중에 손이나 옷에 

묻을 수 있고 이것을 다른 사람이 접촉하여 먹을 수 있는 내부피폭을 걱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장실 이용 후 물 내리고 손 씻고 닦고 하는 패턴만 충실히 하면 내부피폭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물을 많이 먹고 빨리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인 것이다.

나는 목표로 첫날 5병, 7병, 7병, 1병을 목표로 세워 침대 주위를 돌고 운동하고 물 한 병씩 마셨다.

그리고 매시간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본 후 또 물먹고 반복 또 반복 

 

첫날은 동위원소하기전 금식을 한 이유도 있고 약 복용 후 2시간 금식 후 때마침 식사시간이라 밥맛이 없을 이유가 없다.

ㅎㅎ 싹싹 다먹었다 물론 비밀 무기도 필요 없이

 

그리고 도시락을 먹고 난 후 남은 잔반 처리와 쓰레기 수거를 위한 청소를 직접 해야 했다

 

할 만 한데

왜 어렵다고 하지? 식사도 괜찮은 데?

차라리 밥을 좀 더 주지 

배고파

분쇄기가 왜 필요하지 뭔가 남아야 분쇄를 하지

그래도 그냥 한번 돌려보자 위 윙 '잘 돌아가는 군'

 

이렇게 미친 놈 처럼 혼자 중얼중얼거리면서 첫째 날은 지나갔다.

 

이틀째 몸에서 최고로 많은 방사선이 배출되는 카더라 통신이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움직이고 많이 마셔야 하는 사명감으로 거뜬하게 7병을 해치웠다 

아침부터 한병 두병 원샷으로 이정도쯤이야

오후 4시경 7병 임무를 완수했다

전투에서 이긴 희열감이 좋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무기가 많이 남아 있다 ㅎㅎ

 

그러나 그 후 후유증은 대단했다 

일단 멀미가 온 듯 물비린내를 맡을 수 있는 예민한 코를 선물 받았다 

이럴 줄 알고 난 보조무기 신맛 사탕과 젤리를 먹고 포카리로 대체했다. 

 

이틀째 전투에서도 난 무난히 승리를 거뒀다. 약간의 보조무기를 사용했지만 이미 예상한 결과였다.

 

삼일째

예민한 코는 거의 개? 랑 같은 수준이다.

실내에서 도시락 오는 소리랑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

이제 식사를 못하겠다 도시락 통만 봐도 속이 울렁거린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첫날 그렇게 맛있게 먹고 지금은 차폐실 침대에서 도시락 가지러 가는 거리가 묵호항에서 울릉도 가는 거리이다.

 

울렁울렁 대는 가슴 안고 도시락을 손에 쥐고 돌아서는 데

'욱 욱' 이런 제기랄 입덧이 왔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

여자들의 고통을 이런 방법으로 나에게 알게 하십니까? 신을 원망했다.

 

지원 무기가 필요하다 귤 하나 까서 입에 물고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버텼다.

도시락속에 '국' 이 '논'으로 보이는 기현상을 경험 ㅎㅎ

 

이제는 탈출의 꿈을 꾸고 있다

검색했다. '쇼생크 탈출' 

쇠 숟가락이 필요하다 땅을 파야하나 

이런 플라스틱 포크랑 나무젓가락이네. 다음 준비물에 꼭 쇠 숟가락을 준비해야겠다.

 

아~~ 왜 창문이 없는지 알겠다 (영리한 놈들)

 

삼일째 밤은 수감생활로 인한 폐인이 된 듯하다.

죄짓지 말자 

 

결국 전투에 패배했다. 우울하다

그러나 차폐실에서도 시간은 간다

밤새 울릉도를 갔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4일째 오전 선량 체크를 위한 핵의학과 선생님 방문은 그 어느 것 보다도 반갑고 기뻤다

4-5입니다. 일반병실로 옮길게요

그리고 CT 스캔하러 이동하겠습니다.

 

얏 호 

방탈출이다.

탈출 기념품으로 획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초콜릿 케이크 

ㅎㅎ 맛있다

 

참 이상하다

아메리카노 한 모금과 케이크 한입으로 멀미랑 입덧이 다 나았다.

아래층 산모분들께 알려주고 싶다? ㅎㅎ

 

이제 일반병실로 후다닥 옮겼다.

너무 좋다

넓은 병실.

창문을 오픈해서 먼저 차갑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차폐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담당의 김법우 교수님 

"나중에 동위 한번 더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