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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살기/갑상선치료일기

갑상선암 수술

by 쪽빛색 2021. 9. 14.

드디어 수술 날 

그동안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한 결과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다만 전이의 정도가 얼마만큼인지

그리고 후유증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걱정

 

수술 전 환복하고

팔뚝에 링거 꽂고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

.

.

딱 여기가지 내가 기억하는 수술 전

.

.

.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살며시 눈을 떠 주변을 살펴보니

조용하고 컴컴한 방 한가운데 나 혼자 누워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무언가로 칭칭 꼭 싸매여져 있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겨우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

 

난 한복같이 깃이 빳빳하고 그리고

하얗다 못해 푸른색이 감도는 비늘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손가락 하나하나 쒸우개로 씌워 있고

전체적으로 팔이 꼭 새의 깃털처럼 보인다.

 

멀리 계단에서 와이프가 이상한 새 분장을 하고 다가왔다

제비모양 같기도 하고 머리를 곧게 빗어 넘기고

부리가 있는 모자를 쓰고 

검고 긴 드레스 같은 것을 입고 있다

 

그리고 귓가에 이것도 기념인 듯하여 하니

화를 내지 마라 하는

한마디 하곤

사라진다

 

나는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할 수 없다

 

눈꺼풀이 무거워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내가 죽은 건가

여긴 어디인지

왜 저런 복장으로 하고 있지

 

갑자기 몸이 두둥실 오른다

머릿결에 스치는 바람

따뜻한 기운의 햇살

 

저 멀리 보이는 산, 강 

그리고 푸른 하늘에 빛나는 태양

아주 오래된 수채화 같은

 

빛나는 햇살로 강물은 반짝이고

그 옆 논가의 농부의 모습도 보이고

강위의 나룻배도 보인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땅 위의 모습은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산과 들은 어느새 알록달록한 색깔이고

강과 어울려 무척 아름답다

 

근데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

난 크고 꼬리가 긴 새가 되어 있다

긴 꼬리와 멋진고 큰 날개를 힘껏 휘저으면

건너편 산 아래까지 금방 다다른다

 

난 내 모습에 취해

이리저리 오르락내리락 큰 날개를 휘저었고

긴 꼬리 뒤에는 반작이는 뭔가를 흩뿌리면서

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겨울이다

눈이 온다

하얗게 펑펑 산 위에도 강 위에도

 

내 하얀 날개와

꼬리 뒤에서 흩뿌려지는 하얗고 빛나는 무언가로

눈과 어울려져 멋진 장관을 이룬다 

 

하늘 높이 힘껏

구름을 뚫고 위로 위로

고개를 들어 눈을 떴다

 

태양빛에 눈이 아프다

규칙적인 기계음

뚜 우  뚜 우

 

눈을 떠 주변을 보니 하얀 불빛 아래 나는 누워있다

 

여러 가지 선이 온몸에 연결되어 있고

띠익 띠익 숨 쉴 때마다 나는 소리인지 

목에 긴 호수가 달려있고

코에도 팔에도 소변줄도 ㅠㅠ

 

말도 못 한다

숨도 쉬어지지 않는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