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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 이야기

앤은 켄싱턴역에서 매튜를 기다리지 않았다.

by 쪽빛색 2023. 7. 16.

빨간머리 앤 책을 읽으면 매튜 커스버트가 마차를 끌고 급하게 방문 한 곳은 '브라이트 리버'라고만 언급되고 정확한 역 명칭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브라이트 리버'를 방문하고 그곳에 앤이 매튜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막상 PEI를 방문하여 앤이 매튜를 처음 만난 역은 어디일까? 하고 찾아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켄싱턴 역을 방문하고 그곳이 책에서 언급한 역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책이나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찾을 수 있는 정보로 매튜 아저씨를 기다리던 기차역 배경지인 '켄싱턴역'이라는 내용이다. 

 

당연히 나도 PEI에 도착한 후 앤과 매튜와의 만남의 장소 기차역으로 가보고 싶었다. 캐번디쉬와 반대방향 쪽으로 차를 몰아 켄싱턴역에 도착했다. 현재 이곳은 작은 전시관 겸 책방 그리고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열차는 운행하지는 않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보다는 참 조용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책 내용을 다시 복기하고 몽고메리 역사에 대해 검색한 후 놀라운 결과를 알게 되었다.

 

The Inspiring World of LM Montgomery 사이트에서는 켄싱턴 기차역은 PEI 건축가 Charles Chappell이 설계하고 1904-1905년 지역 건설 회사인 MF Schurman이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철도를 위해 건설한 캐나다 국립 사적지이다. 현재 역은 1905년에 지어졌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이전 역은 젊은 LM Montgomery의 삶에서 놀라운 순간을 위한 설정을 제공했다. 1890년 8월 11일 그녀는 할아버지인 Donald Montgomery 상원의원과 함께 그녀의 아버지 휴 존 몽고메리를 방문하기 위해 서부 캐나다로 가는 날, 기차에서 그녀는 캐나다의 초대 총리인 존 A. 맥도날드 경을 만났다. 7일 후 그녀와 상원의원은 레지나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 서스캐처원 주 앨버트 왕자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갔다.

“마침내 우리는 켄싱턴에 도착하여 섬을 여행하고 있는 존 경과 맥도날드 부인을 태운 특별 [기차]가 한 시간 후에 올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상원의원이자 존 경의 측근인 할아버지는 헌터 리버에 전보를 보내 존 경이 켄싱턴에 들러 우리를 데려가도록 했습니다. 장담하건대 캐나다 총리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매우 흥분했습니다. 전에는 기차를 타본 적이 없었지만 처음으로 기차를 타는 것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LM Montgomery's Journal, 1890년 8월 11일).

 

위와 같이 켄싱턴역은 저자 몽고메리 삶에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역이라는 정보이다.

오우, 그러면 브라이트 리버는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또 검색! 

 

L.M. Montgomery Institute (LMMI), PEI 대학교 몽고메리 연구소에 따르면 "Hunter River는 Anne 시리즈의 "Bright River"에 영감을 주었을 수 있다. 한때 Hunter River에 있던 기차역은 Anne of Green Gables의 'Bright River' 역에 대한 가능한 영감으로 Anne이 Matthew Cuthbert를 처음 만났던 곳이다."라고 설명한다.

 

아래와 같이 나는 옛 사진을 찾아볼 수 있었다.

Hunter River CN Station

이번 여행에서는 곧장 헌터리버 쪽으로 바로 향했다.  캐번디쉬로 향하는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항상 지나치고 만 곳이지만 이번만큼은 여기서 주차를 하고 점심식사를 그곳에서 하기로 일정을 정했다.

 

현재는 이곳을 공원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과거의 모습은 철길 흔적만 남아 있었다. 공원중간에 헌터리버 지역의 역사와 기차역 기록 그리고 철도 스위치만 예전의 자취를 전해 줄 뿐이었다.

 

현재 이 역은 1970년대 후반에 철도 창고로 사용이 중단되었고 이후 'Marco Polo Land' 캠핑 사이트로 이전되어 있다.

캠핑장 한쪽 구석에 버려진 옛 기차역.  허물어 없애지 않고 지금까지 남겨 둔 것은 놀랍지만, 방치된 상태로 있는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앞부분은 각종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폐기물과 철재 등이 있어서 접근하기에 위험해 보였다. 결국 '타이어 펑크'라는 큰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브라이트 리버역을 찾아 헌터리버 역까지 오다가 창고 앞에 버려진 철제 부품으로 인한 타이어 펑크로 오늘의 일정이 꼬여 버렸다. 오후에는 앤 박물관을 방문할 예정이었는 데 먼저 타이어를 수리할 장소를 찾는 것이 급했다.

 

이때 생각나는 문구 앤의 명언 또는 명대사로 알고만 있는 글귀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앤에 나오는 명언이라고 많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 글은 원작 'Anne of Green Gables'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TV에서 방영된 만화영화를 본 내용을 기억할 뿐이다.

 

이 말은 "2009년에 39화에 걸쳐 방영된 [빨강머리 앤]의 프리퀄 [안녕, 앤](Before Green Gables)의 1화에 등장하는 내용"이라고 네이버 검색창이 답한다. 

추가로 이 내용은 원작 소설과 애니메이션에 감동한 캐나다 작가 버지 윌슨이 2008년에 [빨강머리 앤] 100주년 탄생 기념으로 내놓은 소설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Before Green Gables)의 내용을 참고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장면에서 앤이 언급한 ‘엘리자’는 앤이 고아원에 가기 전 거주하고 있던 토마스 집안의 장녀 엘리자 토마스를 가리키는데, 이 인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작 [빨강머리 앤] 시리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 몽고메리 작가가 쓴  'Anne of Green Gables'에는 나오지 않은 내용과 잘못된 장소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공유되고 있는  이유는 책 보다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앤을 만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