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술 날
그동안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한 결과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다만 전이의 정도가 얼마만큼인지
그리고 후유증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걱정
수술 전 환복하고
팔뚝에 링거 꽂고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
.
.
딱 여기가지 내가 기억하는 수술 전
.
.
.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살며시 눈을 떠 주변을 살펴보니
조용하고 컴컴한 방 한가운데 나 혼자 누워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무언가로 칭칭 꼭 싸매여져 있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겨우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
난 한복같이 깃이 빳빳하고 그리고
하얗다 못해 푸른색이 감도는 비늘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손가락 하나하나 쒸우개로 씌워 있고
전체적으로 팔이 꼭 새의 깃털처럼 보인다.
멀리 계단에서 와이프가 이상한 새 분장을 하고 다가왔다
제비모양 같기도 하고 머리를 곧게 빗어 넘기고
부리가 있는 모자를 쓰고
검고 긴 드레스 같은 것을 입고 있다
그리고 귓가에 이것도 기념인 듯하여 하니
화를 내지 마라 하는
한마디 하곤
사라진다
나는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할 수 없다
눈꺼풀이 무거워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내가 죽은 건가
여긴 어디인지
왜 저런 복장으로 하고 있지
갑자기 몸이 두둥실 오른다
머릿결에 스치는 바람
따뜻한 기운의 햇살
저 멀리 보이는 산, 강
그리고 푸른 하늘에 빛나는 태양
아주 오래된 수채화 같은
빛나는 햇살로 강물은 반짝이고
그 옆 논가의 농부의 모습도 보이고
강위의 나룻배도 보인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땅 위의 모습은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산과 들은 어느새 알록달록한 색깔이고
강과 어울려 무척 아름답다
근데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
난 크고 꼬리가 긴 새가 되어 있다
긴 꼬리와 멋진고 큰 날개를 힘껏 휘저으면
건너편 산 아래까지 금방 다다른다
난 내 모습에 취해
이리저리 오르락내리락 큰 날개를 휘저었고
긴 꼬리 뒤에는 반작이는 뭔가를 흩뿌리면서
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겨울이다
눈이 온다
하얗게 펑펑 산 위에도 강 위에도
내 하얀 날개와
꼬리 뒤에서 흩뿌려지는 하얗고 빛나는 무언가로
눈과 어울려져 멋진 장관을 이룬다
하늘 높이 힘껏
구름을 뚫고 위로 위로
고개를 들어 눈을 떴다
태양빛에 눈이 아프다
규칙적인 기계음
뚜 우 뚜 우
눈을 떠 주변을 보니 하얀 불빛 아래 나는 누워있다
여러 가지 선이 온몸에 연결되어 있고
띠익 띠익 숨 쉴 때마다 나는 소리인지
목에 긴 호수가 달려있고
코에도 팔에도 소변줄도 ㅠㅠ
말도 못 한다
숨도 쉬어지지 않는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건강한 삶 살기 > 갑상선치료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상선암 재발과 폐전이 (2) | 2021.09.28 |
---|---|
방사선동위원소 치료 후 피검사와 갑상선글로불린(TG) 의미 (6) | 2021.09.23 |
갑상선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와 저요오드 식이요법 (0) | 2021.09.20 |
갑상선암 전절제 및 좌측 림프절 전이 수술 후유증 (0) | 2021.09.17 |
[갑상선암] 갑상선 유두암 판정 (0) | 2021.09.13 |